전역하고 나서,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매우 급조된 여행이었다. 막상 해외를 가려니 미국이나 유럽 같은 먼 나라들은 준비할 게 많고 그래서 후보에서 탈락, 결국 가장 가까운 일본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일본의 메이저 관광지가 아닌 다른 곳을 가보고 싶었다. 군대에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도 땄기에, 내 일본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시즈오카, 오카야마, 마쓰야마 등등 여러 후보 여행지가 있었지만, 항공권이 싸고 도시 근교에 바로 공항이 있는 다카마쓰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 동료는 일본 대학을 준비하는 친구 한 명.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많이 걷기도 했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 보면, 동네 야키니쿠 집. 이자카야 같은 바 테이블로 되어있고, 앞에 화로가 하나씩 있더라. 거기 사장님이 한국말 잘하시던데, 어떻게 잘하냐고 물어보니 예전에 한국인 알바생이랑 같이 일하셨다고 했다. 마루가메마치만 왕복 30번 정도 걷지 않았을까? 다카마쓰가 워낙 작은 도시라, 중심가에서만 논다면 어느 곳이든 30분 내로 걸어갈 수 있었다. 마루나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같은 곳 가서 밤 늦게 세일할 때 먹을 것도 사왔고. 닭꼬치인 줄 알고 집었는데 간 꼬치였던 기억도 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했다. 일본식 협소주택이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를 볼 수 있었던 게스트하우스, 하지만 시설은 괜찮았다. 호네츠키도리도 기억난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보고, 지인이 소개해 준 맛집을 가서 포장해 와 숙소에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짠맛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야시마 산꼭대기에서 걸어서 내려왔던 기억도 난다. 버스가 오는 시간보다 내려가는 게 빠르길래, 걸어서 내려가는 것을 택했다. 내려가며 본 작은 마을들의 모습, 정말 맑았던 날씨, 하얀 구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온천도 좋았다. 지역 명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지하철역에서 온천 티켓을 포함한 패스를 팔길래 사서 갔다. 기본적인 탕+노천탕이었는데, 일본의 노천탕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온천수를 활용한 노천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다카마쓰 항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쇼도시마에서도 귀한 경험을 했다. 쇼도시마 관광 버스를 타고, 현지인 분의 가이드를 들으며 섬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음식점을 가기로 했다. 음식을 모두 먹고 난 후, 할아버지가 항까지 태워다 주신다고 하셨다. 정말 고마웠다. 이것이 시골 인심인가 싶었다. 그 할아버지 덕분에 1시간 정도 더 일찍 다카마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실히 우동의 현, 카가와라 그런지 아무 우동집이나 들어가서 먹었는데도 맛있었다. 기본적인 국물+우동+고명인데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라.
일본 소도시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걷는 것의 즐거움, 친구와 함께한다는 것 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편안함 같은 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소도시도 가 보고 싶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경험은 여행밖에 없는 것 같다. 몸은 살짝 힘들지 몰라도, 정신이 힘들지 않기에 힘듦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 가고 싶다, 다카마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