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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히로 상

mawarikei 2024. 12.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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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히로 상]

 
치히로 상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는 전직 성 노동자. 작은 해변가 마을의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인연이 스치는 외로운 영혼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며.
평점
7.6 undefined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토요시마 하나, 시마다 텟타, 반, 와카바 류야, 사쿠마 유이, 나가사와 이츠키, 이치카와 미와코, 스즈키 케이이치, 네기시 토시에, 히라타 미츠루, 릴리 프랭키, 후부키 준
쓸쓸함도 기쁨도, 마음대로 살아간다.

평소에 좋아하던 여배우 아리무라 카스미가 주연으로 나오길래 봤던 영화.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뭔지 모를 따뜻함과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 오늘 본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치히로 상] 이다.

영화에 대해

영화의 주인공인 치히로는 벤또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오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대하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전에 풍속점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벤또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풍속점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보통 풍속점, 그러니까 성매매가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곳에서 일을 했다는 것은, 주변의 시선이 좋지 않기에 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히로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후회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히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말을 하지 않는 노숙자 아저씨, 밤일을 하는 어머니를 두어 매일 집에 혼자 있는 아이, 경직되어 있는 가정 분위기에 짓눌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 그리고 치히로 전에 벤또 가게에서 알바를 했지만, 이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아주머니 등. 치히로는 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동시에 치히로 또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는다.

치히로의 가정사를 포함한 과거사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맥락상으로 보아 치히로도 어릴 적 불우한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혼자 김밥을 만들어서 신사에서 먹는다거나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아마 부모님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이 아닐까. 신사에서 김밥을 만들어 먹던 어느 날, 한 여성이 와 치히로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치히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 여성의 이름(예명) 은 치히로.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의 본명은 치히로가 아니다. 치히로는 그녀가 풍속점에서 일할 때 썼던 예명으로, 그녀가 어릴 때 힘이 되 준 여성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첫 번째 사람이었던 치히로를 기억하기 위해서.

영화의 마지막은 치히로가 살던 마을을 떠나, 목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새로운 인연을 찾아서, 치히로의 삶은 계속된다.

사람은 각각 다른 별에서 왔어요.

사람이라는 생물은, 기본적으로 혼자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생물이 아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혼자인 게 편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편하다는 것과 살아가기에 필수적으로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있다. 누구나 마음에 상처는 있다. 그 마음에 있는 상처들은, 자기 자신은 그 하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생 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렇기에, 타인이 필요하다.

영화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각각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아요" 라는 말이다. 각각 다른 별에서 와서 모두 생각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 같은 별에서 온 사람, 즉 마음이 맞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 옆에 있어준다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은,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가정의 경직된 분위기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쿠니코에게, 치히로가 소개해 준 벳찡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할 행동과 말. 하지만 벳찡과 대화하며, 쿠니코는 자신감을 얻는다. 히토미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느라 아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치히로의 "지금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 라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고 아들이 챙겨준 자신의 생일을, 아들과 진심으로 기뻐한다.

치히로도 마냥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타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는 아니다. 치히로 자신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으며, 풍속점에서 만난 점장님이나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아주머니를 통해 자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치히로는 그런 점장을 '아버지 같은 존재' 라고 부른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님과 같은 존재가 치히로의 어릴 적에는 없었기에, 자신을 이해해 주는 두 번째 존재였던 점장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까 싶다.

난 사실 치히로가 원래 살던 마을을 떠나지 않고, 벤또 가게에서 일하며 여러 이야기들을 더 만들어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치히로는 새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떠났다. 이게 나와 치히로의 차이인 것 같다. 난 미래를 바라보고 도전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굳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의 막연한 두려움이 내재해 있어, 항상 새로운 것을 하려 할 때 고민을 하게 만든다. 치히로는 다르다. 충분이 원래 살고 있던 마을에서도, 두터운 인간관계를 구축해 놓았기에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치히로는 떠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나도 이런 삶을 살아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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